유아기 전통예술 교육의 필요성과 그 방안
한나라의 문화나 전통은 의도적 교육보다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 전수된다. 아이의 습관 형성에 있어서도 몇 차례의 의도적 훈계나 교육보다는 부모가 일상에서 보여 주는 말과 행동, 생활습관 등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처럼 우리의 전통예술 교육도 일회성 교육보다는 연간 생활주제와 관련하여 통합적 활동으로 제시될 때 보다 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육과정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통합되지 못하고 교사에게 어렵고 생소한 영역으로 남아 있다는 데 우리의 전통예술 교육의 한계가 있다.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적 전통을 꽃피워 냈다. 우리의 판소리, 종묘제례악,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남사당, 영산재, 제주칠머리영동굿, 처용무 등 다수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적 전통예술은 오늘날 그에 합당한 관심과 평가를 받지 못하고 일부 전승자들에 의해서만 계승된다는 점은 무척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는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일제에 의해 우리의 전통예술은 금지되고, 비하․천시 받고, 그 자리를 일본과 서양의 음악이 대신하게 되면서 우리의 전통예술은 그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전통예술은 소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우리의 전통음악보다는 서양음악에 더 익숙하고 열광하고 있으며, 전통음악은 진부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는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현상이며 우리 것이 서양의 것보다 저급하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문화의 재발견 작업이 시작되고 이러한 흐름은 유아교육계에도 이어져 유아기부터 전통예술과 친숙해지는 경험의 필요성으로 국가수준의 유치원교육과정에서도 ‘우리 전통예술 감상하기’ 항목이 명시되어 이에대한 교육과 활동이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2학기 생활주제인 ‘우리나라’전개 시기에 단기적인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장구 등 국악 배우기 체험이 있으나 생활주제와 통합되지 못하고 외부 강사의 수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진정한 전통예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상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생활하려면 그 만큼의 예비교사 및 현직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나, 실제로는 불가능한 실정이므로 생활주제와의 통합 활동이나 일상의 체험으로 연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에, 본 자료집에서는 마당놀이 활동을 통해 생활주제와 전통예술 교육의 통합적 적용방안을 구체적 사례로 제시하고자 한다. 마당놀이란 음악, 춤, 문화(연극)의 요소를 관객과 동떨어진 무대가 아닌 관객과 같은 높이의 야외의 넓은 무대(마당)에서 함께 어우러져 공연하고 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당은 공연장이고, 그 마당에서 벌어지는 공연인 마당놀이는 서민의 예술이며 그 안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주된 내용이 된다. 유아와 함께하는 마당놀이는 유치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재(동화 또는 생활주제)를 찾아 마당놀이의 개념을 알아보고 생활주제와 마당놀이를 엮어 함께 어우러져 노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생활주제와 전통예술, 나아가 유치원교육과정 5개 생활영역까지도 통합된다. 따라서 마당놀이를 유아들에게 적용할 경우 생활주제와 전통예술 교육은 자연스럽게 주제중심 통합교육 활동으로 완성된다.
마당놀이의 주제는 유치원교육과정 안의 생활주제, 전래동화, 생활동화 등이 모두 가능하다. 이러한 주제가 선정되면 마당놀이로 들어가는 첫 단계는 유아들에게 마당놀이에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교육활동으로 제시, 경험하게 하는 “놀이마당 펼치기”다. 이 단계에서는 주제와 관련된 동화를 들려주고, 전래놀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이나 실외놀이에서 구성하며, 전래동요, 국악동요 등 노래를 배우고 국악의 기본장단 배우기를 한다. 이때의 장단 배우기 활동은 장구로 치기, 손뼉으로 치기, 몸으로 표현하기, 말놀이로 표현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
마당놀이의 두 번째 단계는 마당놀이에 관한 개념화 활동이라 할 수 있는 “마당놀이 들어가기”다. 이 단계에서는 유아들과 마당놀이를 관람하고 마당놀이에서 이루어지는 길 놀이, 탈춤, 뒷풀이 등 여러 요소에 관하여 체험해 보는 활동을 제시한다.
이러한 첫 번째, 두 번째 단계에서 각각의 활동들을 생활주제와 마당놀이로 통합하여 엮는 과정이 세 번째“우리 마당 엮기‘다. 이 단계에서는 생활주제와 관련하여 우리 마당과 필요한 이야기 만들기, 함께할 놀이 정하기, 노래 정하여 가사 바꾸기, 장단 말놀이 가사 바꾸기, 춤동작 응용하기 등 기존의 것을 우리 마당에 맞게 새롭게 조성하는 활동을 한다.
그리고 네 번째 단계는 자유선택활동 시간에 자유롭게 놀아보는 “우리 마당 풀기”다. 언어영역에서는 우리가 만든 이야기 읽기, 장단 말놀이 활동을, 역할놀이에서는 극화활동을, 음률영역에서는 노래 부르기, 장단 치기, 춤추기 활동을, 조형영역에서는 탈 만들기, 의상 만들기, 길놀이 깃발 만들기 등의 활동으로 마당을 풀어 나간다.
마지막 단계는 마당을 만들어 공연하고 관객과 함께 어울려 노는 “마당 어우러지기”다. 이때 마당은 무대인 동시에 객석이 되어 공연자와 관람자가 함께 어우러져 노는 공간이며 놀이는 모두의 어울림 잔치가 된다. 이상 제시한 활동을 통해 생활주제와 전통예술은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유치원교육과정 5개 생활영역까지도 통합되는 것이다.
본 자료집에서는 마당놀이 전개 과정을 유아들의 연령에 따라 기술하였다. 만 3세는 전래놀이와 말놀이 활동을 위주로, 만 4세는 추석의 전통놀이 활동을 위주로, 만 5세는 스토리를 구성하여 극화활동으로 만들며 그 안에서 전통놀이와 노래가 함께 어우러지는 마당극 놀이로 제시하고자 한다. 각 연령별 활동은 만 3‧4‧5세 각각의 활동으로도 가능하고, 모든 연령의 유아들이 모여서 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놀이마당으로도 가능하다.
“왜 우리나라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은 국악, 즉 우리나라 음악이고 서양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그냥 음악이라 부르는 건지 기분 나쁘다. 우리 음악이 음악이고 서양음악을 서양음악이라 부르는 것이 맞는 거라 생각한다. ․․․(중략)․․․ 유치원에 다니면서 우리의 악기소리에 익수하고 우리의 민요를 목청껏 부르고 배웠던 나는 서양음악보다 우리의 국악이 훨씬 우리나라 사람에게 정서적으로나 느낌으로 우리 몸이 장단에 빨리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략)․․․
이렇게 우리의 몸에 맞고 정서에 맞는 국악을 모두가 좋아하고 의식에서도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그리고 모두가 국악이 아닌 음악으로 불러주면 좋겠다.(이세정, 본원5회 졸업생)”
유혜자(서울국악유치원장)
l 차 례 l
제1장 마당놀이 전개 과정
전개과정
1.놀이마당 펼치기 / 2.마당놀이 들어가기 / 3.우리 마당 엮기 / 4.우리 마당 풀기 / 5.마당 어우러지기
2010 서울국악유치원 마당놀이 “부자가 된 사이좋은 형제”
1.길놀이 / 2.마당극 / 3.뒷풀이
제2장 만3세 마당놀이 전개 과정
주제 전개 시기 / 생활주제 계획안 / 생활주제의 의미 / 연관활동 계획안 / 활동 계획안 / 교육활동의 실제
제3장 만 4세 마당놀이 전개 과정
주제 전개 시기 / 생활주제 계획안 / 생활주제의 의미 / 연관활동 계획안 / 활동 계획안 / 교육활동의 실제
제4장 만5세 마당놀이 전개 과정
주제 전개 시기 / 생활주제 계획안 / 생활주제의 의미 / 연관활동 계획안 / 활동 계획안 / 교육활동의 실제
부록 A. 강강술래
부록 B. 교수
■ 유 혜 자 : 서울국악유치원장
■ 김 진 희 : 서울국악유치원 부장교사
■ 김 민 정 : 서울국악유치원 교사
■ 박 해 선 : 서울국악유치원 교사
■ 이 경 진 : 전 서울국악유치원 교사
■ 조 은 지 : 서울국악유치원 교사
■ 정 현 선 : 서울국악유치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