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제국의 침묵
여행은 곡선의 美이다.
우리는 모두 끝없는 삶과 죽음이라는 사막 속에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폭풍을 만나고, 섭씨 50도를 넘는 숨 막히는 더위와 싸워야 하고, 어떤 때는 살을 에는 추위를 대면하기도 한다. 걷다가 물집이 생기는 것은 대수고, 발목이 퉁퉁 부어서 피로골절로 뼈가 조각나기도 하고, 고산병으로 호흡곤란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것 등도 밥 먹듯 하면서, 황량한 사막 같은 도시에서 맛본 희열은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눈앞에 나타날 것 같은 황량한 사막지대에서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하늘, 모래, 별, 사람 모두. 어디서부터 어디가 은하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별들로 뒤 덮인 밤하늘을 볼 때면 그 어떤 사람도 그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것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인생을 걷듯, 고스란히 고통을 이겨냈기에 그에 견줄 수 있는 기쁨은 아직 없다.
티베트 속담에 「서둘러 걸으면 라싸에 도착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티베트는 지역이 매우 넓고 지형이 험준하다. 3~4,000m 고지가 즐비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얼마나 멀리 떨어진 데 살든지 중부지역에 있는 라싸로 성지순례 가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다. 그곳은 달라이 라마가 사는 포탈라궁과 티베트의 심장이라고 하는 조캉 사원이 있기 때문이다. 남미지역도 마찬가지다. 동부지역은 아마존 정글지역이 존재하고 서부지역은 안데스 산맥이 길게 뻗어 있다. 안데스 산맥의 골짜기에 사는 사람들과 정글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한 달 넘게 걸어야 목적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빨리 도착하려면 빨리 걸어야 할 것이지만, 너무 빨리 걸으면 산소가 희박하고 길도 험하여 금방 지치거나 병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방향을 잡을 수가 없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유 있는 걸음으로 주위 풍경도 구경하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차도 마시고 야영도 하면서 길을 계속해서 걷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이 삶의 기술이다. 여기에 곡선의 묘미가 있다. 여행은 바로 곡선의 미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삶의 지혜를 통해 자기 자신을 극복할 수 있고, 또한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생기게 된다. 인생의 저력이 쌓이는 것이다. 무엇이든 당장에 이루려고 서두르지 마라. 삶이 제대로 성숙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서둘러 가는 여행은 언제고 실망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여행을 안으로 여물 시간이라고 한다.
남미南美의 마야 문명은 나에게 있어 늘 선망의 대상이었고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서 계획하고 또 계획했다. 실패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리라 마음먹었다. 드디어 그 꿈을 이루었다.
안으로 크게 여물지 못했지만 도전하면서 실행에 옮기는 그것만으로도 내게는 행복이었다. 22일간의 기록을 추억으로 남기려고 한다. 누군가가 「1억을 만들지 말고 추억을 만들라」고 내게 속삭였다. 기쁜 마음에 감사한다.
ㅣ 차 례 ㅣ
여는 글 여행은 곡선의 美이다 003
인천에서 라스베가스까지 006
라스베가스에 상륙하다(6/23~24) 009
남북으로 길게 뻗은 칠레 022
삼바의 나라, 브라질 042
슈가로프산의 추억(6/26) 045
코르코바도 언덕의 예수상(6/27) 054
이따이푸 발전소(6/28) 064
이과수 폭포의 위용(6/29) 069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080
악마의 숨통(이과수 폭포)(6/30) 083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취(7/1) 088
잉카제국의 신비, 페루 100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7/2) 103
공중의 도시, 마추피추(7/3) 122
비라코차의 도시, 푸노(7/4) 150
잉카의 고향, 티티카카 호수(7/5) 162
칼라파고스의 바예스타스 섬(7/6) 168
불가사의한 나스카 문화 (7/7) 179
선인장의 도시
멕시코시티(7/8~9) 186
카리브해의 진주, 쿠바(7/10) 214
아즈텍 문명의 도시,
멕시코 칸쿤 238
관광도시 칸쿤(7/11) 241
문명의 도시 뚤룸(7/12) 253
세계의 금융가, 뉴욕(7/13) 266
닫는글 길에서 길을 만나다 272
■ 오 종 근
춘향골 남원에서 태어나 섬진강에서 멱감고 은어떼를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1995년 「갈등과 분절의 미학」으로 평론가가 되었고, 오지 탐험에 매력을 느껴 중국, 인도, 티베트, 몽고, 네팔, 미얀마, 타클라마칸 사막, 실크로드 등을 답사했다.
동신대학교에서 중앙도서관장과 박물관장, 인문사회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동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수상집 】
여보게 산정에 오르거든 발밑부터 보게나(1996) / 울안과 울밖(2004) / 실크로드에 부처는 있어도 부처님은 없다(2006) / 치다꺼리인생(2007) / 智慧의 샘, 神들의 길 차마고도(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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